서문 – 지구 대기 너머의 창
1990년 4월 24일, 허블 우주망원경(HST)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되었고, 이는 한 세대 전체 과학자들의 염원을 함께 싣고 떠난 사건이었다. 수십 년 동안 천문학자들은 지구의 요동치는 대기권 위, 별빛이 방해받지 않고 왜곡 없이 검출기에 도달할 수 있는 곳에 망원경을 두기를 꿈꿔왔다. 미국의 선구적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은 바로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설계되었다.
허블은 고도 약 547km의 저지구 궤도에 위치해 지상 관측을 방해하는 대기 왜곡을 피한다. 지름 2.4미터의 주경과 민감한 과학 장비를 갖춘 허블은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영역에서 선명한 이미지와 스펙트럼을 포착할 수 있다. 운용 수십 년 동안 허블은 단순히 놀라운 사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천문학 자체를 혁신했다. 수많은 성과 가운데에서도 특히 네 가지 발견은 인류의 우주 이해에 있어 기념비적인 이정표로 꼽힌다.
1. 우주 가속 팽창의 확인
1990년대 후반 이전까지,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팽창이 물질의 중력에 의해 서서히 느려지고 있다고 믿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매우 먼 천체들의 정밀한 측정이 필요했다. 허블은 희미한 빛을 감지하고 미세한 세부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이 임무에 최적이었다.
천문학자들은 본래 밝기가 일정한 Ia형 초신성을 관측해, 그 겉보기 밝기와 적색편이를 비교함으로써 천체가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지를 측정했다. 1998년, 허블 자료를 활용한 연구팀들은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우주의 팽창은 느려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우주 공간 전체에 퍼져 있는 미지의 에너지, 즉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시사했으며, 이는 우주 구성의 약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견은 우주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꿨고, 연구팀 지도자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허블의 고해상도 촬영 능력과 대기 밖에서의 안정된 관측이야말로 수십억 광년 너머의 미묘한 효과를 검출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2. 별의 탄생과 죽음의 지도 작성
허블 이전에도 별이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의 세부 사항은 별의 재료가 되는 물질에 가려져 관측이 어려웠다. 허블은 우주에서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관측함으로써 이 ‘별의 요람’ 깊숙이 시선을 들이밀고 복잡한 구조를 드러낼 수 있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허블의 사진은 1995년에 촬영된 독수리 성운 속 ‘창조의 기둥’이다.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기둥들은 새로 태어난 별들의 보육원이며, 허블은 젊은 별들이 방출하는 강력한 자외선이 주변 물질을 깎아내는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했다. 허블은 또한 별의 장엄한 죽음을 기록했다. 게 성운과 같은 초신성 잔해를 세밀하게 촬영해 폭발 후 남겨진 충격파와 가스 필라멘트를 보여주었고, 태양과 비슷한 별들이 마지막에 방출하는 다채로운 행성상 성운을 연구해 탄소, 산소, 질소 등 원소가 우주로 흩어져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별의 탄생과 죽음을 모두 기록함으로써 허블은 우주 물질의 순환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제공했다.
3. 우주의 나이 측정
우주론의 핵심 질문 중 하나는 “우주는 얼마나 오래되었는가?”이다. 허블 이전에는 그 답이 100억 년에서 200억 년 이상까지 크게 갈렸다. 이 범위를 좁히기 위한 열쇠는 허블 상수, 즉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허블은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했다. 이 별들은 주기와 본래 밝기 사이의 관계가 정확히 알려져 있어, 지구에서 보이는 밝기와 비교하면 거리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한 거리와 은하의 적색편이 측정을 결합해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정확히 산출했다. 2000년대 초, 허블 자료는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산정했으며, 이는 WMAP와 플랑크 위성의 측정값과 놀라울 정도로 잘 일치했다. 이 정밀한 수치는 오래된 논쟁을 종결지었을 뿐 아니라, 우주 진화 모델의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
4. 외계 행성 대기 공개
허블이 발사될 당시, 태양계 밖의 행성 존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최초의 외계 행성이 발견된 이후, 허블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들을 연구하는 데 투입되었다. 허블의 주요 업적 중 하나는 먼 외계 행성의 대기를 검출한 것이다. 외계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는 ‘트랜싯’ 현상 동안 별빛을 분석하는 ‘통과 분광법’을 이용해, 행성 대기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며 나타나는 미묘한 스펙트럼 변화를 포착했다.
이를 통해 나트륨, 메탄, 수증기 등 대기의 화학 성분을 식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는 외계 행성 과학이라는 신흥 분야의 기초를 놓았으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차세대 임무가 잠재적 생명 거주 가능성을 탐색하는 길을 열었다. 허블은 외계 행성 연구를 위해 특별히 설계되지 않았음에도, 천문학의 가장 흥미로운 최전선 중 하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결론 – 별빛 속에 새겨진 유산
허블 우주망원경은 인류의 우주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우주의 가속 팽창, 별의 생애, 우주의 정확한 나이, 그리고 외계 행성 대기의 최초 규명이라는 발견들은 모두 인류가 기원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여정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과학적 성과를 넘어, 허블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 경이로운 이미지는 전 세계 예술가, 교육자, 그리고 꿈꾸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우주 탐사는 단순한 데이터와 기술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 정신의 열망임을 보여주었다. 후속 주자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심우주 탐사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허블의 유산은 대담한 비전과 공학적 탁월함이 만나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증명하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궤도에 오른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허블은 우리가 우주를 바라볼 때, 동시에 우리의 가장 깊은 우주적 역사 속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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